내 생애 최초의 라디오를 들었던 오래된 기억
어렸을 때 우리집에는 카세트라디오가 있었다. 그 카세트라디오는 부모님이 결혼하시고 난 뒤에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사주신 것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는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그게 라디오라는 것을 국민학교 1~2학년때쯤 알았다.
그때는 전축도 없었고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 나는 안테나로 장난치다가 부러뜨리고, 고음스피커는 연필로 계속 구멍을 내고 찌그러뜨렸다. 그래도 소리는 잘 나왔다. 내가 막 대해도 쉽게 고장나지 않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뿜어져나오는 상대라는 것을 느꼈다.
국민학교 1학년에 입학하고 학교에서 탐구생활을 받아왔다. 그때부터 EBS 교육방송을 들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시간 맞추어서 방송 듣는것이 어려워 듣다가 안듣다가 그랬다. 국민학교 1학년 학생이 뭐가 바쁜게 있다고.
교육방송은 항상 잘 안나왔는데, 그것이 부러진 안테나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라디오 자체의 성능 혹은 방송 주파수의 문제인지, 우리집의 문제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 시절에 라디오가 또렷하게 나온다면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시절의 교육방송은 국민학교 1학년생이 듣기에는 너무나 재미없었다. 교과서가 너무도 재미없듯이.. 그래도 국민학교 1학년의 여름방학은 너무도 시간이 남는지라 가끔씩 라디오로 오늘의 프로그램을 들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그 카세트라디오로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 주셨다. 우리가 피아노 칠 때는 그 카세트라디오로 손수 녹음하셨다. 중간에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어있는 박자가 잘 안 맞는 바이엘 소품 카세트 그거 내가 친 거다. 지금은 그 카세트테잎이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좋은 시간을 선물해주신 부모님께 다시 감사드린다. 그리고 점차 그 라디오는 내 차지가 되었다.
라디오와 같이 카세트 테잎을 받았다. 세계교향곡 전집 세트였는데 테이프가 약 40개 정도로 바흐에서부터 리스트까지 클래식 음악 대표곡을 담은 것이었다. 나는 주로 바흐의 메시아를 많이 들었는데, 그때는 클래식 음악은 그 테이프에 있는 것 말고 다른 음악은 없는줄 알았다.
계속 음악과 관련 없는 일을 했지만, 그렇게 음악을 좋아했다.